디지털 컬렉션 모으고 메타버스 땅 사고 스포츠·가수 유망주? 언제든지 투자

By 매일경제   Posted: 2021-09-01

6943만달러(약 790억원).

올해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예술가 ‘비플(Beeple)’이 만든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의 최종 낙찰가다. 어마어마한 액수 덕에 대중은 NFT라는 생소한 개념에 대해 비로소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소수 컬렉터에게만 관심을 받던 NFT가 단번에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대중에 알려진 계기가 ‘경매’이다 보니 NFT를 미술품 투자에 한정 지어 생각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NFT가 활용되는 영역은 미술 시장뿐 아니다. NFT 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NFT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NFT 활용 사례를 살펴본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NFT 컬렉션인 ‘크립토펑크(Cryptopunks)’. 일견 단순한 캐릭터 일러스트처럼 보이지만 누적 거래액이 8000억원이 넘는다.

사진설명 :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NFT 컬렉션인 ‘크립토펑크(Cryptopunks)’. 일견 단순한 캐릭터 일러스트처럼 보이지만 누적 거래액이 8000억원이 넘는다. <라바랩스 제공>

▶뜨거운 NFT 컬렉션 시장

▷크립토펑크, 누적 거래 8000억원 훌쩍

NFT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영역은 뭐니 뭐니 해도 ‘소장품’ 시장이다. 희귀한 상품을 모으고자 하는 컬렉터들의 소장 욕구가 NFT 시장 부흥을 이끌었다. 그동안은 골동품이나 피규어, 우표, 희귀한 카드처럼 실물이 있는 수집품을 모으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NFT 덕분에 디지털 파일에도 ‘소유권’과 ‘희소성’이 부여되면서 소장의 대상이 디지털 세계로 확장됐다.

소장 가치가 있는 NFT는 무엇일까.

그간 화제를 모았던 NFT 거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남긴 첫 번째 트윗(약 32억원), 뉴욕타임스의 첫 번째 NFT 제작 칼럼(약 6억4000만원), 바둑 기사 이세돌이 알파고에 승리를 거둔 대국의 기보와 영상(약 2억5000만원), 100개로 한정 제작된 훈민정음 해례본(약 1억원)이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되며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비싼 값에 거래됐다고 모두 소장 가치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별 의미가 없는 파일에도 가치가 매겨진다.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스의 방귀 소리 모음 파일 NFT도 10만원에 거래됐을 정도니 말 다했다.

따라서 금액이 아니라 ‘거래’가 많은 NFT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만큼 수요가 많고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NFT 소장품 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영역은 ‘컬렉션’이다.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작품이 여러 디자인으로 구성돼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다양한 모양의 ‘우표’나 국적과 연도가 다른 ‘동전’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NFT 컬렉션은 ‘크립토펑크(Cryptopunks)’다. 24×24 픽셀의 다소 조잡한 그래픽으로 그린 ‘캐릭터 얼굴 1만개’가 컬렉션의 전부다. 개수는 1만개로 한정돼 있는데 각기 고유 번호가 붙어 있고 얼굴 디자인도 저마다 다르다. 대부분 사람이지만 좀비(88개)나 유인원(24개), 에이리언(9개) 등 희소성 있는 캐릭터도 있다.

크립토펑크 컬렉션은 지금까지 1만7500회 정도 거래됐다. 총 거래 액수만 7억1200만달러(약 8290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NFT 마켓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NFT도 크립토펑크 컬렉션이다. 올해 3월 ‘3100번 크립토펑크’가 4200이더리움에 거래됐다. 한화로 따지면 89억원이 넘는다. 역대 NFT 마켓 최고가 거래 상위 10개 중 7개가 크립토펑크 시리즈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크립토펑크 외에도 인기 컬렉션은 적잖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그린 그림을 마치 ‘랜덤박스’처럼 까보기 전까지는 형태를 알 수 없도록 만든 ‘아트블록(Art Blocks, 총 거래액 약 3억달러)’, 다양한 디자인의 원숭이 일러스트를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 약 2억5000만달러)’, 2만개의 한정된 3D 캐릭터를 NFT화한 ‘미비트(Meebits, 약 2억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메타버스·금융·스포츠도 NFT

▷응원 구단에 직접 투자해 수익 내기도

소장품 외에도 NFT가 활용되는 영역은 다양하다. ‘메타버스’도 그중 하나다. 메타버스는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돈도 버는 그야말로 ‘제2의 세계’다. ‘디센트럴랜드’ ‘더샌드박스’ ‘엑시인피니티’ 등이 블록체인 NFT 기술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NFT가 가진 ‘소유권 증명’이라는 특성 덕분에 메타버스와의 궁합이 좋다. 메타버스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다. 땅을 세놔 임대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고 미술관이나 카지노, 동물원을 건설해 입장료를 얻기도 한다. 땅은 모두 NFT로 제작돼 경매 시장에서 거래된다. NFT인 덕분에 이 땅이 누구 소유인지, 언제 또 얼마에 거래됐는지 하나하나 기록이 남는다. 메타버스 내에서 제작된 옷이나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등 모든 아이템도 전부 NFT다. 심지어 희귀한 ID도 NFT화돼 비싼 값에 거래된다. 덩달아 해당 메타버스에서 화폐처럼 쓰이는 암호화폐 가격도 치솟았다.

언젠가 본인이 즐기던 메타버스 플랫폼이 망하더라도 본인이 소유한 땅이나 아이템, 캐릭터를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는 점도 NFT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수십 년 후 ‘리니지’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가정해보자. 게임이 망하면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공들여 키운 캐릭터와 값비싼 아이템은 구경도 못하게 된다. 하지만 NFT로 운영될 경우 모든 것들은 본인 소유의 암호화폐 지갑에 토큰 형태로 그대로 남아 있다. ‘디지털 기념품’으로 소장할 수 있을뿐더러 경매를 통해 판매 또는 현금화도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NFT 금융’도 발달하는 중이다. NFT로 제작된 온라인 자산을 현금화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NFT가 활용된다.

그동안 팬은 응원하는 구단이나 선수에 직접 투자할 수 없었다. 구단 운영에 개입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구단 의사결정권을 갖는 NFT를 배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팬들은 마치 주식처럼 응원하는 구단이 발행한 NFT를 모은다. 가격도 주식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호재가 있으면 오르고 악재가 있으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프랑스 축구 클럽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자 ‘파리생제르맹팬토큰(PSG)’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기 시작했다. 8월 1일 25달러에서 8월 10일에는 52주 신고가인 58달러까지 2배 이상 폭증했다. 구단에 투자해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같은 방법으로 스포츠 선수에도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BA 톱 샷’에서는 수많은 농구 스타들의 플레이 모습을 NFT로 제작한 카드를 판매한다. 유명세에 따라 카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아직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잠재 능력이 뛰어나 앞으로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유망주 카드’를 저렴하게 구입해놓으면, 향후 그가 슈퍼 스타가 됐을 때 비싼 가격에 되팔 수도 있다. 여기서 비롯한 수익은 선수도 나눠 갖는다.

스포츠뿐 아니라 팬덤 경제가 구축된 모든 영역에서 NFT가 활용되고 있다. 가수는 노래나 음반을 기념하는 NFT를 낼 수도 있고 아이돌 굿즈를 NFT로 판매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아이돌그룹 브레이브걸스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통해 신곡 일러스트를 선보였다. 가수 세븐도 지난 7월 신곡 ‘모나리자’의 음원을 NFT 오픈마켓 플랫폼을 통해 판매했다. 낙찰자에게는 음원 스트리밍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제작자의 디지털 권리를 양도해준다. 낙찰가는 1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나 후원처럼 공공성을 띤 모금 활동에도 NFT가 적극 활용된다. 최근 진행된 ‘독도 NFT 기부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독도 NFT에는 이범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이 그린 독도 그림에, 하단 캘리그래피로 유명 인사 815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유재석, 박지성, 이승엽, 양궁 선수 안산 등이다. 경매 수익금은 전액 대한민국독도협회와 독도수호국제연대-독도아카데미에 기부된다.

▶NFT 투자 시 주의할 점은

▷자전 거래로 가격 ‘뻥튀기’ 조심

NFT를 단순히 유희나 팬심을 목적으로 구입할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다만 ‘투자’ 관점으로 접근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NFT를 되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라면 주의해야 할 점이 꽤 많다.

먼저 NFT 예술품 거래 시장에 ‘버블(거품)’ 논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NFT 작품이 수억원, 수십억원에 거래됐다는 뉴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최근 고가 NFT 예술품을 구입한 사람 중 상당수가 ‘현직 NFT 펀드 매니저’다. 이른바 ‘꾼’끼리 서로 예술품을 사고팔며 시장 가격을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김민수 NFT뱅크 대표는 “NFT가 예술품 시장에서 가장 먼저 관심받는 이유가 분명 있다. 예술은 전형적으로 ‘가치 판단이 쉽지 않은 자산’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뻥튀기’해서 거래하기 편한 탓에 버블이 끼기 쉽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나올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NFT 마켓 플랫폼에서 쓰이는 암호화폐 종류가 무엇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이더리움, 클레이튼처럼 대중화된 암호화폐로 NFT를 제작·거래하지만 이따금 시가총액과 생태계 참여자가 적은 이른바 ‘잡코인’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NFT는 거래나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을뿐더러 해당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망할 경우 보유한 NFT가 아예 소멸할 우려도 없잖다.

인터뷰 | 훈민정음 해례본 NFT 만든 권성민 퍼블리시 대표

유일무이한 콘텐츠 매력, NFT 플랫폼 선보일 것

지난 7월 NFT 업계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역사 유물이 디지털 자산이 된다는 말에 가상자산 업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훈민정음 NFT가 등장한 계기는 뭘까. 간송미술관과 함께 작업을 주도한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퍼블리시의 권성민 대표에게 얘기를 들어봤다.

Q. 훈민정음 해례본 NFT를 발간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언론사 고객을 대상으로 한 NFT 플랫폼 ‘퍼블리시NFT’ 등의 서비스를 개발하던 중에 간송미술관에서 NFT 관련 자문을 부탁을 받았다. 충분히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 생각해 역으로 ‘훈민정음 해례본’ 한정판 NFT를 제안했다.

Q. NFT가 가진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NFT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소유권 관계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콘텐츠다. 독자적인 가치를 보장한다. 블록체인 특성상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발행자부터 소유자까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소유권 증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Q. 앞으로 NFT 분야에서 어떤 사업을 할 계획인가.

A 올 하반기 자체 NFT 플랫폼 ‘퍼블리시NFT’를 출시할 계획이다. 퍼블리시NFT는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NFT 거래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도 여러 미디어 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NFT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4호 (2021.09.01~2021.09.07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