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결제수단으로 신뢰 떨어져…달러화 패권 지속될것”

By 매일경제   Posted: 2021-08-31

세계지식포럼 연사 폴 밀그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비트코인 등 아직 불안정성 커, 적절한 규제 있어야 널리 통용"
"디지털위안화 익명성 보장못해 세계 각국서 사용되기 어려워"
"코로나 실업충격 서비스업 편중...디지털전환 고려안한 정책 한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는 거래에 사용하기에 너무 비싸며 가치가 불안정하다. 거래 신뢰도와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만 통화로 쓰일 수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교수(63·사진)가 매일경제신문과 진행한 영상인터뷰에서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으로 더 널리 통용되려면 지금보다 안정적인 가치 저장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결제는 광범위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밀그럼 교수는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지명되면서 그의 주요 연구인 게임이론과 시장 설계 능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주파수 경매 모델을 고안한 기여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는데,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요소에서 인센티브를 느끼는가를 평생을 바쳐 연구해왔다.

밀그럼 교수는 가상화폐가 큰 잠재력이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결제에 활용하기에는 유인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밀그럼 교수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거나 거래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주요한 결제수단이 되기에 비트코인 가치는 불안정적이라 많은 사람이 이를 꺼린다. 안정적인 결제 수단을 두고 굳이 가상화폐를 거래수단으로 쓸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가 더 널리 통용되기 위한 조건으로 ‘사람들이 더 쓰게 만들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밀그럼 교수는 “기존에 통용되던 달러화 등 통화를 대체하려면 올바르고 성공적인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금융 시스템처럼 과도한 규제를 만들어서는 안 되겠지만,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가능하게 하려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는 점점 더 쓰임새가 커질 거라고 봤다. 밀그럼 교수는 “지난 10년 사이 현금과 수표에서 신용카드로, 또 페이팔이나 애플페이로 결제 방식은 진화해왔다”며 “디지털 통화는 거래와 결제에 있어 더 편리한 방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화폐가 출현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달러화 가치 하락이 발생하더라도 ‘달러화 패권’은 유지될 거라고 내다봤다. 밀그럼 교수는 “달러화가 전 세계 대부분의 거래에 기축 통화로 사용되는 상황에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된다고 해도 사람들은 달러화를 여전히 사용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는 익명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사용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팬데믹’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는 코로나19의 진정과 백신 공급을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수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두고는 공급 확대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밀그럼 교수는 “세상 어느 정부도 다른 가난한 나라에서 백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국민을 위한 백신 공급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지식재산권 면제 등을 통해 백신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밀그럼 교수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각종 지원조치도 정상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을 때에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일자리 지원책을 편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다만 경제가 회복되면 이러한 지원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밀그럼 교수는 특히 고용 분야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실업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어떤 기업들은 직원들이 더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시내 서비스업은 이전만큼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큰 폭의 감소를 경험했으나, 동시에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근무 확산을 감안하지 않고 이뤄지는 정부의 고용지원책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비판한 것이다.

사진설명 : ‘만화 그리는 변호사’ 이영욱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의 지붕이의 ‘Who`s who?’는 세계지식포럼 연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연재된다. 만화는 세계지식포럼이 개막하기 전까지 게재된다.

▶▶폴 밀그럼 교수는…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경매이론의 개선과 새로운 경매방식의 발명’으로 202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현재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밀그럼 교수는 경매이론을 비롯해 시장 참여자가 더 나은 선택을 내리게 만드는 연구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실제 여러 나라의 주파수 등 공공재 경매 설계에 기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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