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두나무 데이터밸류팀 팀장 인터뷰
두나무, 공포탐욕지수 출시…암호화폐 지수 사업 가속화
암호화폐 지수는 미래 암호화폐 금융 사업 위한 포석
업비트 거래만 반영하는 산출 기준·이해상충 우려는 과제로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는 기존 거래수수료 수취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려는 시도로 분주하다.
이중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주목한 사업은 암호화폐 지수(인덱스)다. 자사 암호화폐 지수 사업을 키워 장차 암호화폐 금융정보 및 파생상품 등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의도다.
두나무의 암호화폐 지수 사이트 ‘업비트 암호화폐 인덱스(UBCI)’를 이끌고 있는 두나무 데이터밸류팀의 김대현 팀장은 국내 금융투자 시장에서 지수개발을 하고 있는 에프앤가이드에서 지수를 개발한 이력이 있다. 그는 “암호화폐 지수를 활용한 상품화는 지금은 할 수 없지만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상품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암호화폐 지수가 신뢰를 얻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업비트, 공포-탐욕지수 출시…‘암호화폐 지수’ 사업 박차
암호화폐 지수(인덱스)는 투자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는 시장 상황 대변을 넘어서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 파생상품을 만드는데 활용돼 기초자산의 투자 시장 규모를 키우는 척도로 평가받는다. 지수를 개발하는 전통 금융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금융정보, 파생상품 개발 및 판매 등으로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두나무는 이같은 지수의 가능성에 주목, 지난 2018년 5월 ‘업비트 암호화폐 인덱스(UBCI)’로 국내 암호화폐 지수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시장대표지수, 테마지수, 전략지수 등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19일에는 ‘디지털자산 공포-탐욕 지수’를 출시해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김대현 팀장은 “향후 다른 지수 개발도 염두에 두고 리서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한 ‘디지털자산 공포-탐욕지수’는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지수다. 변동성지수(VIX), 씨엔엔(CNN)머니의 공포탐욕 지수 등이 유사한 지수로 언급되지만 VIX는 옵션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씨엔엔머니의 지수는 VIX가 평가지표에 들어가 두나무의 지수와는 차이가 있다. 김대현 팀장은 “공포탐욕지수를 VIX로 여건이 되면 만들고 싶지만 신뢰할 수 있는 옵션 시장이 없어 VIX를 만들 단계는 아니다”면서 업비트가 직접 옵션 거래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직접 하긴 어렵고 현재로선 제휴를 할 만한 신뢰성 있는 시장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업비트 암호화폐 지수는 미래 수익 위한 포석
두나무가 암호화폐 지수를 운영하면서 계획한 최종 목표는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으로의 상품화다. 향후 제도화가 됐을 때 자사 암호화폐 지수를 활용한 암호화폐 파생상품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척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대현 팀장은 “당연히 지수사업의 최종 목표는 지수를 추종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상품화는 지금은 할 수 없지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저희가 출시할 수 있는 시기까지 지수를 잘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품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1차 목표는 암호화폐판 코스피(KOSPI)다. 코스피는 주식시장 전체의 시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거래소(KRX)에서 산출하는 종합주가지수로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업종지수, 관련 기업 주가 순으로 시장을 파악하는 방식이 널리 알려졌다. 두나무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시장을 파악할 때 업비트마켓인덱스(UBMI), 테마인덱스, 관련 프로젝트 시세를 투자판단의 지표로 사용하는게 목표다. 김 팀장은 “이 같은 탑다운 방식이 가장 빠르게 시장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지수 산출 기준·운영방식서 ‘신뢰 부재’는 과제
하지만 업비트 암호화폐 지수는 투자판단의 지표로 자리잡고 이후 파생상품 등으로 발전하기에는 아직 지수 산출기준이나 운영방식에서 신뢰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암호화폐 가격은 통합된 시세가 없이 거래소마다 가격이 다른데 업비트 가격만으로 산출한 UBCI가 전체 투자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는 아직 논쟁적인 상황이다. 김대현 팀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순간적인 가격괴리가 민감한 초단위, 분단위 인덱스라면 중요하겠지만 두나무에서 당장 접근하는 인덱스는 순간적인 가격에 민감하지 않아 괜찮다고 본다”면서 오히려 “전체 시장을 반영하지만 한국적인 부분을 소폭 반영하는 인덱스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시세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앞으로도 업비트 거래정보만으로 산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수 산출기준 외에도 암호화폐 거래소가 시장 전체의 흐름을 전달하는 지수를 만들 때는 이해상충 우려도 따른다. 거래소가 지수를 만들거나 지수에 기반한 파생상품 개발과 거래를 모두 지원할 경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지수를 조작하는 등 악용할 수 있는 탓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금융감독원이 지수개발에서 진입을 규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가 양분하던 지수개발 시장을 지난 2019년에야 증권사에 개방했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전통 금융권의 거래소,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역할을 겸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규제는 공백 상태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함께 암호화폐 지수를 동시에 운영하는 두나무도 이 같은 지적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그런 문제의식은 당연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한국거래소 독점체제와 달리 블록체인 업계는 거래소가 많아 주변 여건이 풀려야 적극적인 행보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지수를 업비트인도네시아 등에서 제공하는 마진거래에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은 하겠지만 글로벌 거래소와의 협업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경쟁사나 롤모델을 꼽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없다”다. 김대현 팀장은 “인덱스 전문인력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한국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