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더 76% “韓 규제, 시장 적대적…이래선 혁신 못해”

By 매일경제   Posted: 2022-01-13

“한국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이 많이 나왔지만 금융권은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다.”(A금융협회장)

국내 금융권 수장들은 국내 금융 규제 수준이 너무 강하고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들은 차기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금융 규제 완화를 꼽았다.

12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금융리더 10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6%가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도가 ‘강하다’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3%였고 ‘약하다’는 고작 1%에 불과했다. 금융 규제의 시장 친화 정도를 묻는 질문엔 64%가 ‘친화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은 34%였고 ‘친화적이다’는 겨우 2%였다.

금융리더들은 금융시장 변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정부 규제는 과거 틀에 고정돼 있어 혁신을 통해 기업들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금융 영역인 핀테크, 가상화폐 등에서의 규제는 산업 발전 자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핀테크 기업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선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이 늘어났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이 뜬 이유도 소비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스스로 결정해 볼 수 있게 되면서 확대된 것”이라며 “금융은 현재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나 제한성이 한정적인데,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늘려줄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리더들이 올해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에 바라는 점 또한 ‘규제 완화'(25%)가 가장 많이 꼽혔다. ‘수수료, 금리 등 가격 개입 최소화'(20%) ‘일관성 있는 가계 부채 정책'(17%) ‘빅테크 독과점 문제 해소'(15%) ‘금융산업 육성 정책 수립'(14%) 등이 뒤를 이었다. 규제 완화와 가격 개입 응답률을 합치면 절반 가까이가 시장 자율성에 대해 강조한 셈이다.

금융 업계에서 문제 삼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가 포지티브 규제다. 법률에 규정된 사업만 허용되기 때문에 업계로서는 사업 범위가 제한적이기 쉽다. 대안으로는 금지된 항목을 열거하고 나머지를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거론된다. 한 빅테크 업체 대표는 “금융은 자격을 받아서 해당 분야를 시작해야만 하는 산업이다 보니 사업 계획을 세우기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직 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된다고 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규제도 문제이지만 금융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가격에 대한 개입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당국 주도로 인하된 신용카드 수수료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드 업계는 “시장이 결정해야 할 상품 가격을 정부가 결정해 카드사 경영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정부가 인하한 수수료율에 맞춰 영업 전략을 짜야 하다 보니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 협의를 통한 규제 완화를 올해 핵심 목표로 정한 곳이 많았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올해 “빅테크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영활동을 카드사는 ‘금융회사’라는 이유로 못하고 있는 시스템을 여러 각도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정 경쟁을 하면서 생산적인 확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관계 당국과 필요한 조치들을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해보험협회 역시 “마이데이터업과 연계한 맞춤형 보험상품 설계,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건강 분석 등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근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