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5700만원까지 올랐다. 블록체인과 관련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는 디지털자산 얘기로 시끄럽다. 특히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는데, 정말로 시세가 1억원까지 오르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AI와 비교한 블록체인 전망
비트코인 시세 상승은 블록체인 전문가인 필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만큼 디지털자산이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도 증가는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심도를 인공지능(AI)과 비교했을 때는 어떨까? 대다수 사람이 AI를 미래 산업 핵심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AI 시대 도래를 예측하고 있다. 프라이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 기준으로 AI가 만들어낼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AI가 15조7000억달러(약 1경8840조원)의 가치를 만들 것으로 분석했다. 참고로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과 맞먹으며 한국 GDP의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시 말해 AI는 중국과 같은 국가 혹은 15개의 한국을 새로 만드는 것과 같다.
그럼 블록체인은 어떨까? 의견이 분분하다. 관심도가 늘었지만 인식의 변화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위 지인에게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 전망에 관해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동일하다. 디지털자산을 화폐보다는 투기성 자산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은 블록체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산업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는 “블록체인 산업을 초기코인공개(ICO), 시스템구축(SI) 그리고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시장을 유지하는 정도”로 평가했다.
혁신 범위가 다른 두 기술
주변 반응을 정리해보면 블록체인은 AI보다 전망이 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두 기술의 혁신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은 변화 주체가 다르다. AI는 서비스 방식의 혁신에 머물고 있다. 반면 블록체인은 이보다 더 큰 개념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담고 있다. AI는 자동화라는 서비스 진화를,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가치로 내걸고 있다. 결국 패러다임 변화를 수반하는 블록체인에서 저항이 더 심하게 생길 수밖에 없다. 사고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노벨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edrich Hayek)는 1976년 화폐의 탈국가화(Denationalisation of Money)를 주장했다. 화폐 발행을 국가가 아닌 민영은행에 맡기자는 내용이다. 이러한 주장은 경제학자에게 비판을 받았다.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자산을 보자.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기존 패러다임과의 대립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가 화폐 탈국가화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패러다임 변화 추구에 따른 저항성
탈중앙 이상향은 쉽지 않다. 저항에 항상 부딪치기 때문이다. 기득권 반발, 가치 입증의 어려움 그리고 기술적 한계가 장애요인에 해당한다.
기득권 반발은 블록체인이 탈중앙으로 향함에 따라 발생하는 중앙기관의 반발이다. 화폐를 예로 들어보자. 페이스북은 디지털자산인 리브라 발행에 애를 먹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브라 발행은 미국 달러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의 전 세계 가입 회원이 리브라를 쓴다면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은 리브라와 거리를 두는 움직임을 보이며 미국 정부에 위협이 되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디엠으로 개명까지 했다. 리브라가 페이스북의 디지털자산이라는 인식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가치 입증 어려움은 기존보다 더 나은 방식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어려움을 뜻한다.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블록체인 종사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필자 또한 대학 강의, 인재 양성 과정, 사업 제안 등에서 여러 번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화폐 탈국가화를 한 번 더 예로 들면, 국가 발행에서 민간 발행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기존 사고와 부딪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3년 전 식품안전정보원에서 블록체인을 식품유통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필자도 이 조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참석하면서 확인해보니, 기존 시스템 대체가 블록체인의 식품유통 분야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적 한계는 탈중앙을 지향함에 따라 나타난 성능 저하를 뜻한다. 탈중앙은 의사구조가 분권화돼 있다. 이로 인해 블록체인에는 합의 과정이 꼭 필요하고 기존 시스템과 달리 성능이 느릴 수밖에 없다.
패러다임 저항성을 이겨내는 것이 핵심
블록체인은 AI보다 더 깊숙한 변화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은 더 큰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이 AI보다 전망성이 낮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결국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이러한 저항성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가지는 패러다임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잘 활용한 기업이 IBM이다. IBM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지 않았다. 리눅스재단에 위탁했다. 이유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이퍼레저가 IBM 소유라고 해보자. 그럼 민간 대기업이 이를 활용할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전적으로 IBM에 있기 때문에 활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IBM이 출시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보자. 식품유통, 물류 등을 보자. 연합체를 구성한 형태를 띠고 있다. 절대 단독으로 서비스를 주도하지 않으며, 탈중앙을 위해 연합체를 형성해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블록체인의 저항성만 해결된다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AI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기능 중 하나인 기록만 보자. 시스코(CISCO)는 2027년 전 세계 GDP를 800조달러(약 96경원)로 예상하는데, 그중 10%에 해당하는 8조달러(약 9600조원)의 자산이 블록체인에 기록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블록체인이 미치는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유성민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유성민 교수는 2017년부터 블록체인 정책 자문, 스타트업 멘토링 등 블록체인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다. 건국대, 부산대, 서강대 등에서 블록체인 주제로 강의하고 있으며 IT전문 필진으로 여러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디스트리트에서는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는 내용을 전문가 입장에서 좀 더 상세한 내용을 다룬다.